우리는 흔히 우리가 배척하고픈 감정이 올라올 땐 그 감정을 준 사람에게 또는 그 상황에 투사하여 책임전가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무능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경멸한다. 그 감정자체를 느끼는 것을 고통스럽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을 싫어하고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 감정을 피하면 피할수록, 나의 현실에서 내가 무능하다고 느낄만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매일 매일 그 감정이 반복된다. 그리고 명상을 하거나 생각을 가라앉힐 때 제일 먼저 올라오는 것은 내가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그 감정이다.
그래서 다양한 회피기제를 만들어낸다.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거나 아무 의미없는 TV를 보는 행동을 한다. 또는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그 감정을 마주할 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감정은 결코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지울수 없는 오물을 묻힌 느낌과 비슷하다. 나는 이 불쾌한 것을 지우고 싶다. 하지만 지울 수가 없다. 지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이 어디서 기인한건지 알수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오물이 아니고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어떤 버릴수 없는 물건을 받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그냥 그 물건을 둘 것 같다. 버릴 수 없고, 결국 갖고 있어야 한다면, 잘 어울리는 곳에 두고 다른 일을 할 것 같다. 그 물건에 짜증내는 일을 그만 둘 것 같다. 물건 자체가 나에게 뭘 어쩌겠나 싶을 것 같다.
감정도 이와 같다. 그냥 둔다. 그냥 네가 있구나. 하면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을 덕지덕지 붙여서 계속 만지작 거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둔다. 그냥 느낀다. 감정을 나에게 줬다고 여기는 이를 하루 종일 매일 매일 탓해봤자, 내 감정소모이고, 내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내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마음먹고 그 감정에 대해 기존에 내가 하던 습관과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행동을 할 때, 그 감정과 이어져 있던 연결고리를 점차 끊을 수 있다. 그렇게 변화가 일어난다.
내가 무능함을 느낄 때 좌절하고 불평만 늘어놓는 행동을 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다. 그 감정의 책임도 아니고, 이런 무능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타인의 말에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는 오롯이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내가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행동은 무엇인가. ’라고 생각할 때, 그리고 기존과 다른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감정과 통합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냥 감정 자체라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된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 할 때, 이것이 습관이 되고 이 습관이 삶이 된다. 결국 삶이 나의 책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일 뿐이다.
모든 감정, 상황, 현실도 이와 같다. 그냥 있다. 나의 표현으로 일어난 것. 모든 것은 그냥 있음.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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