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감정
이번주에 ‘돈의 감정’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떠한지, 내가 돈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돈과 나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정리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도 돈과 관련된 일로 지인과 얘기를 하게 됐다. 그 지인이 이야기해준 일화를 통해 나도 잊고있었던 과거의 나의 돈과 관련된 감정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아빠가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와 더불어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넉넉하게 주시는 편이 아니라는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가끔씩 집에 오실때마다 나에게 용돈을 줬다. 꼭 엄마 계실 때 앞에서 줬다. 그래서 그때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이 돈을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돈이 들어올 때 순수하게 기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돈이 나에게 돈이 남아있는 것이 싫었다. 그 미안함과 죄책감을 계속 갖고있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빨리 써버렸다. 나에게 돈이 있지 않게 했다.
이 감정을 알게되고 다음날 아침, 감사하게도 엄마랑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됐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서, 엄마한테 이 마음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러자 엄마가 “얘길 하지! 더 많이 받으라고, 더 많이 받아도 된다고 얘기했을텐데!” 라고 하시면서, “그럼 돈 나한테 주지 그랬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땐 내가 엄마가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돈 준다고 하면, 더 화낼거 같았어.”라고 말했다.
책임
이 말을 듣고, 엄마가 내가 엄마의 태중에 있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8개월차에 아빠랑 싸우고 헤어지려고 했었는데, 그때 내가 뱃속에 있어서, 못 헤어졌다. 라고. 그래서 나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너무 엄하게 대했던것 같아 미안하다고. 그 순간 그 당시 엄마가 이해가 되면서, ‘엄마는 내가 참 많이 미웠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엄마는 나를 미워하지만,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다. 나는 이 가족을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생각은 ... 지금까지 내가 무겁게 지고있었던 짐같은 생각이었다. 참 웃기고 아이러니한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생각을 지고 살았다는 건 분명히 알았다. 그리고 이미 그 생각을 알고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자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들여다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인가 싶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건데 내가 행복을 어떻게 책임진단 말인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도 안되는 일을 내가 그렇게 꾸역꾸역 해오려고 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그 마음을 알고 한주동안 책임을 매 순간 내려놓으며 지냈다. 엄마에 대한 내 마음의 책임을 내려놓고, 아빠에 대한 책임을 내려놓고..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부로 돌려서 나,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 그 생각을 대면하고, 이제 그만 그 짐을 내려놓아도 된다, 내려놓자. 하는 시간을 보냈다. 계속해서 책임을 내려놓고, 내려놓으니 그곳엔 나를 향한 미움만 남아있었다. 그랬다. 나는 내가 미웠다. 나라는 존재가 엄마를 힘들게 해서 미웠고, 어떻게 해도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미웠다. 그냥 나를 향한 미운 감정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그냥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을 마주했다. 그냥 내가 그렇게 미웠구나. 그랬구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렇게 이번 주는 결국 내 안에 나를 미워하는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마음. 어떤 것에 불만을 터트리는 마음. 그 마음은 내가 통합해야할 어떤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그 자체로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모든 마음은 그 마음 자체로 순수하다. 때론 그 감정을 대하는 내가 익숙하지 않게 반응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어떻게 매 순간 바르게 걸을 수만 있나, 걷다보면 좀 휘청거리기도 하고, 넘어질 뻔 하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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